월드컵 승부차기 규정은 계속 바뀌어 왔다
승부차기는 월드컵 초기부터 있던 규정이 아니라 1970년 이후 도입된 조문이다
월드컵 승부차기 장면은 워낙 강렬하게 기억에 남다 보니, 이 규정이 마치 축구 역사 내내 있었던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는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경기규칙을 개정하며 도입한 비교적 근래의 조문이고, 그 뒤로도 여러 차례 손질을 거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승부차기·연장전을 둘러싼 흔한 오해 네 가지를 규정 조문과 개정 연혁을 기준으로 짚고, 각각을 실제 경기 사례로 검증해 보겠습니다.
먼저 정리하면
① 승부차기는 1970년 IFAB가 도입하고 1982년 월드컵에서 처음 쓰였습니다. ② 승부차기는 조별리그가 아니라 결선 토너먼트 단계에서만 적용됩니다. ③ 골든골은 2004년에 이미 폐지된 규정입니다. ④ 승부차기 순서는 감독 재량이 아니라 동전 던지기가 기본 틀을 정합니다.
월드컵은 처음부터 승부차기로 승부를 갈랐다
최근 몇 대회만 지켜본 축구 팬이라면 무승부 경기 다음에는 당연히 승부차기가 이어진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승부차기가 있었으니 원래부터 그런 규정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실제로는 IFAB가 1970년에야 경기규칙 10조에 승부차기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월드컵 본선에서 처음 적용된 것은 그로부터도 한참 뒤인 1982년 스페인 대회였습니다. 같은 해 7월 8일 세비야에서 열린 서독과 프랑스의 4강전이 연장까지 3-3으로 끝나며 월드컵 역사상 첫 승부차기로 기록됐고, 서독이 5-4로 승리해 결승에 올랐습니다. 그 이전 대회들에서는 결선 토너먼트 무승부를 재경기나 추첨으로 처리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즉 승부차기는 월드컵 초창기부터 있던 규정이 아니라, 대회 역사의 절반 가까이 지난 뒤에야 자리 잡은 조문입니다.
무승부로 끝난 경기는 결국 승부차기로 승부를 가린다
매 대회 조별리그에서 무승부 경기가 여러 번 나오다 보니, 무승부는 곧 승부차기로 이어진다고 뭉뚱그려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계에서 연장·승부차기 장면이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것도 이런 인상을 굳히는 요인입니다.
경기규칙상 승부차기는 결선 토너먼트, 즉 승자가 반드시 가려져야 하는 라운드에만 적용되는 절차입니다. 조별리그는 성격이 다릅니다. 정규시간 90분이 무승부로 끝나면 그대로 경기가 종료되고, 두 팀 모두 승점 1점씩을 나눠 갖습니다. 연장전도, 승부차기도 없습니다. 조별리그 순위표에 무승부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결선 토너먼트에 들어서야 비로소 정규시간과 연장전을 거쳐도 승부가 나지 않을 때 승부차기로 넘어갑니다.
골든골은 지금도 쓰이는 규정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골든골이라는 단어 자체가 매우 익숙할 것입니다. 워낙 인상 깊은 장면이다 보니 지금도 연장전에서 먼저 골이 나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줄 아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실제로는 완전히 틀린 통념입니다. 골든골은 IFAB가 2004년 3월 규정 개정을 통해 공식적으로 폐지했습니다. 월드컵에서는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 처음 적용됐고, 2002년 대회가 사실상 마지막으로 시행된 대회였습니다. 검증 사례로 2002년 6월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을 보면, 연장 후반 117분 안정환 선수의 헤딩골로 경기가 2-1로 끝났습니다. 골이 터지는 순간 바로 경기가 종료되는 방식이 골든골의 핵심이었는데, 지금 연장전 규정에는 이런 즉시 종료 조항이 없습니다. 현재는 연장전 전후반 15분씩을 모두 채우고, 그래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승부차기로 넘어갑니다.
승부차기 순서는 감독이 마음대로 정한다
승부차기에 들어가기 직전 두 팀 감독과 코치진이 선수들을 불러 모아 순서를 상의하는 장면이 자주 중계되다 보니, 순서 전체가 감독 재량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절반만 맞는 통념입니다. 어느 팀이 먼저 찰지, 어느 쪽 골대를 쓸지는 감독이 아니라 주심의 동전 던지기로 정합니다. 주심이 먼저 동전을 던져 이긴 팀 주장이 골대를 정하고, 이어 다시 동전을 던져 이긴 쪽이 선축·후축을 선택하는 순서를 따릅니다. 이 틀 안에서 각 팀이 내보낼 다섯 명의 순서와 구성은 감독과 주장의 재량입니다. 참고로 IFAB는 2017년부터 테니스 타이브레이크 방식을 응용한 ABBA 순서를 하위 대회에서 시범 도입했지만, 월드컵 본선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순서 배정의 큰 틀은 동전이 정하고, 그 안의 세부 기용만 감독 몫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1970년 승부차기 도입부터 2004년 골든골 폐지까지, 연장전 규정은 여러 차례 바뀌었다
자주 묻는 질문
승부차기에서 실축하면 다시 찰 기회가 있나요?
없습니다. 각 팀이 정한 다섯 명이 한 번씩 순서대로 차고, 5-5로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서든데스 방식으로 한 명씩 추가해 승부를 가립니다.
골든골이 사라진 뒤 연장전 방식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2004년 폐지 이후로는 골이 먼저 나와도 경기를 끊지 않고, 전후반 15분씩 연장전을 모두 소화한 뒤에도 무승부면 승부차기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돌아왔습니다.
승부차기가 도입되기 전에는 어떻게 승자를 가렸나요?
대회와 라운드에 따라 재경기를 치르거나, 동전 던지기 같은 추첨으로 다음 라운드 진출팀을 정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 중 하나만 기억한다면, 승부차기는 월드컵과 함께 시작된 규정이 아니라 1970년 IFAB 개정으로 생겨나 1982년에야 처음 쓰였고 그 뒤로도 계속 손질되어 온 살아있는 규칙이라는 점입니다. 다음에 연장전이나 승부차기를 볼 때는 그 장면이 어느 개정 시점의 규정 위에 서 있는지 한 번쯤 떠올려 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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