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규정에 관한 흔한 오해들은 대부분 사실과 다릅니다
승부차기는 한 경기에서 가장 짧고 가장 극적인 순간입니다. 그래서 오랜 경험칙과 중계 해설의 표현이 규정보다 앞서 자리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작 국제축구평의회(IFAB)의 경기규칙 원문을 조문 단위로 읽어 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장면들이 규정과 어긋나는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2026 월드컵 녹아웃 라운드에서도 승부차기가 잇따라 나오면서 같은 오해가 다시 회자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승부차기를 둘러싼 대표적인 통념 네 가지를 규정 조문과 실제 경기 사례로 하나씩 검증해 보겠습니다.
세 줄 요약
- 승부차기는 다섯 명을 다 채우지 않아도, 수학적으로 승부가 결정되면 그 자리에서 종료됩니다.
- '선축이 유리하다'는 명제는 절반만 맞습니다. 고전 연구와 최근 대규모 연구의 결론이 갈립니다.
- 골키퍼는 키커가 차는 순간 한 발만 골라인에 걸치면 되고, 순서 명단을 미리 제출하지도 않습니다.
승부차기 4대 통념과 규정상 사실
승부차기는 양 팀이 다섯 명씩 모두 차야 승부가 납니다
이 통념은 '5인 1조'라는 익숙한 표현에서 나옵니다. 중계에서도 "이제 마지막 다섯 번째 키커"라는 말이 반복되다 보니, 열 번의 킥이 모두 끝나야 결과가 나온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IFAB 경기규칙 제10조는 한 팀이 다섯 번의 킥을 모두 차지 않아도 상대가 남은 킥으로 따라올 수 없는 점수 차가 나면 즉시 중단한다고 규정합니다. 실제 사례가 2026년 7월 3일 열린 월드컵 32강 이집트-호주전입니다. 정규시간과 연장 120분을 1-1로 마친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호주는 첫 키커 해리 수타가 크로스바를 넘겼고, 18세 루카스 헤링턴도 골대를 맞혔습니다. 이집트가 네 번을 모두 성공시켜 4-2로 앞서며 승부가 확정되자 다섯 번째 키커는 나서지 않았습니다. 규정상 더 찰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차는 팀이 승부차기에서 유리합니다
이 통념에는 실제로 근거가 있었습니다. 2010년 발표된 유명한 연구는 승부차기 수백 건을 분석해 먼저 차는 팀의 승률이 약 60%에 이른다고 보고했습니다. 뒤이어 차는 팀이 매번 "넣지 못하면 진다"는 압박을 받는다는 심리적 설명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IFAB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이른바 ABBA 방식(먼저 A팀이 차고 다음에 B팀이 연달아 두 번씩 차는 순번)을 시범 도입한 것도 이 불균형을 줄이려는 시도였습니다.
다만 최근의 결론은 달라졌습니다. 표본을 크게 늘린 2025년 연구는 선축 팀의 승률이 약 50%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우위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IFAB도 ABBA 방식을 정식 규정으로 채택하지 않고 시범 단계에서 접었습니다. 즉 선축 우위는 특정 시기와 표본에서는 관측됐지만 보편 법칙은 아니라는 것이 현재의 이해입니다. 이 통념은 절반만 맞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선축 승률, 고전 연구와 대규모 표본 연구의 차이
골키퍼는 키커가 공을 찰 때까지 골라인에서 움직여선 안 됩니다
골키퍼가 미리 앞으로 튀어나오면 반칙이라는 인식은 오래된 규정에서 비롯됐습니다. 과거에는 킥 순간 두 발이 모두 골라인에 붙어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규정은 다릅니다. 2019년 개정 이후 골키퍼는 공이 차이는 순간 최소한 한 발의 일부가 골라인에 닿아 있거나 그 선상에 있으면 됩니다. 좌우로 움직이거나 점프하는 동작 자체는 허용됩니다. 다만 두 발이 모두 선을 벗어나 앞으로 나온 상태에서 막으면 반칙이며, 승부차기에서는 첫 위반에 경고를, 이후 반복되면 옐로카드를 줍니다. 이 위반 여부는 VAR로도 확인이 가능해졌습니다. '전혀 움직이면 안 된다'가 아니라 '한 발은 남겨 두어야 한다'가 정확한 조문입니다.
키커 순서는 경기 전에 감독이 명단으로 제출합니다
선발 명단처럼 승부차기 순서도 서면으로 미리 낸다고 생각하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조직적인 팀일수록 순서가 사전에 정해져 있으리라는 인상 때문입니다.
규정은 그런 사전 제출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경기 종료 시점에 그라운드에 있던(또는 일시적으로 벗어나 있던) 선수만 키커 자격이 있고, 순서는 현장에서 정합니다. 또한 한 선수가 두 번째 킥을 차려면 자격 있는 모든 선수가 한 번씩 찬 뒤여야 합니다. 이 조항들은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공개한 경기규칙 제10조 원문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자격 규정은 실전에서 종종 변수가 됩니다. 경기 도중 퇴장당한 선수는 승부차기 키커로 나설 수 없고, 한쪽 팀의 인원이 줄면 규정상 양 팀의 키커 수를 같게 맞춥니다. 그래서 감독은 연장 후반 교체 카드를 쓸 때 이미 승부차기 키커 구성을 함께 계산합니다. 명단을 미리 내는 것이 아니라,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의 그라운드 상황이 곧 키커 명단이 되는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승부차기에서 누가 먼저 찰지는 어떻게 정하나요?
주심이 동전을 두 번 던집니다. 처음에는 어느 골대를 쓸지, 다음에는 동전에서 이긴 팀이 선축과 후축 중 무엇을 택할지 결정합니다.
다섯 명을 다 찼는데도 동점이면 어떻게 되나요?
같은 수의 킥을 기준으로 한 팀이 한 골 앞설 때까지 이어지는 서든데스로 넘어갑니다. 이때부터는 한 라운드마다 승부가 갈릴 수 있습니다.
골키퍼도 키커로 나설 수 있나요?
경기 종료 시점에 자격을 갖춘 선수라면 골키퍼도 킥을 찰 수 있습니다. 실제 국제 경기에서도 골키퍼가 키커로 나선 사례가 있습니다.
규정으로 다시 본 승부차기
승부차기는 감(感)보다 조문으로 읽어야 정확합니다. 이 네 가지를 관통하는 핵심은 규정이 생각보다 유연하다는 점입니다. 다 차지 않아도 끝나고, 골키퍼는 한 발만 남기면 움직일 수 있으며, 순서는 현장에서 정합니다. 2026 월드컵 녹아웃 라운드의 승부차기 장면을 다시 짚어 보고 싶다면 월드컵 실시간 고화질 중계 같은 경로로 경기를 되돌려 보며 이 조문들을 하나씩 대입해 보시길 권합니다. 규정을 알고 보면 같은 순간이 전혀 다르게 읽힙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