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승부차기 조문을 읽고 2022년 다섯 경기를 직접 다시 세어 봤다

월드컵 승부차기 조문을 읽고 2022년 다섯 경기를 직접 다시 세어 봤다

승부차기 조문과 2022년 다섯 경기 기록을 나란히 놓고 대조했다

지난 주말 저녁, 월드컵 결승 승부차기 장면을 다시 돌려 보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다. 나는 그 장면을 수십 번 봤지만 「승부차기가 정확히 어떤 조문에 따라 진행되는지」는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었다. 규정 분석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경기 결과만 외우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IFAB 경기규칙의 「경기 결과 결정」 조항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그 조문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승부차기 다섯 경기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 손으로 대조해 보기로 했다. 이 글은 그 작업 기록이다.

출발점은 IFAB 경기규칙의 경기 결과 결정 조항이었다. 먼저 조문을 읽고, 이어서 FIFA가 공개한 카타르 2022 대회 기록 페이지에서 경기별 결과를 확인했다. 기록은 내가 아는 숫자와 대부분 맞았지만, 한 군데는 내 기억이 틀려 있었다. 그 이야기는 뒤에서 하겠다.


조문을 먼저 읽었더니 생각보다 단순했다

내가 읽은 조문의 골자는 이렇다. 경기가 동점이고 승자가 필요하면 연장전 이후 승부차기로 결정한다. 각 팀이 번갈아 다섯 번씩 차고, 다섯 번이 끝났을 때 득점이 같으면 같은 횟수로 번갈아 차는 서든데스로 넘어간다. 그리고 승부차기에는 경기 종료 시점에 그라운드에 있던 선수만 참여할 수 있다. 골키퍼도 키커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골키퍼가 차는 장면을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원칙적으로 안 된다」고 막연히 믿고 있었는데, 조문에는 그런 제한이 없었다.

'이렇게 단순한 규칙이었나.' 읽으면서 든 솔직한 생각이다. 다만 단순하다는 것과 역사가 짧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월드컵 본선에서 승부차기가 처음 실제로 쓰인 것은 1982년 스페인 대회 준결승, 서독과 프랑스의 경기였다. 제도 자체는 그 이전부터 대회 방식에 들어 있었지만 실제로 쓸 일이 없었고, 이 경기에서 처음 작동했다. 당시 서독이 5-4로 이겼다. 내가 이번에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이 장면이 월드컵 역사 전체로 보면 4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2년 다섯 경기를 직접 다시 세어 봤다

조문을 읽었으니 이제 검증이다. 2022 카타르 대회는 본선 한 대회에서 승부차기가 다섯 번 나온 기록적인 대회였다. 16강 일본-크로아티아, 모로코-스페인, 8강 크로아티아-브라질, 네덜란드-아르헨티나, 그리고 결승 아르헨티나-프랑스다. 나는 이 다섯 경기의 승부차기 스코어를 종이에 적고, 조문대로 다섯 번씩 찼는지, 서든데스로 넘어간 경기가 있는지 하나씩 표시했다.

라운드경기승부차기 결과조문 적용
16강일본-크로아티아크로아티아 3-1 승다섯 번 안에 종료
16강모로코-스페인모로코 3-0 승다섯 번 안에 종료
8강크로아티아-브라질크로아티아 4-2 승다섯 번 안에 종료
8강네덜란드-아르헨티나아르헨티나 4-3 승다섯 번 안에 종료
결승아르헨티나-프랑스아르헨티나 4-2 승다섯 번 안에 종료

표를 완성하고 나서 내 착각이 드러났다. 나는 이 대회 승부차기에서 서든데스까지 간 경기가 한두 번은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런데 기록을 대조해 보니 다섯 경기 모두 정규 다섯 번 안에 승부가 갈렸다. 드라마틱한 장면이 많아서 길게 이어졌다고 느꼈을 뿐, 조문의 서든데스 단계는 한 번도 발동하지 않았다. 체감과 기록이 이렇게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나온 승부차기 다섯 경기의 흐름

좋았던 것, 아쉬운 것, 몰랐던 것

좋았던 점부터 적겠다. 조문과 기록을 나란히 놓고 읽으니 「운」이라고만 부르던 승부차기가 구조로 보이기 시작했다. 같은 다섯 번이라는 틀 안에서도 후반부로 갈수록 한 번의 실축이 승패를 곧바로 가른다. 다섯 경기에서 마지막 키커까지 가지 않고 끝난 경기가 여럿이라는 점도 표에서 바로 읽혔다. 규정을 알고 보니 같은 장면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아쉬웠던 점은 자료의 한계다. 조문은 공개되어 있지만 키커 순서를 정하는 방식이나 팀별 전략까지 조문이 말해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순서가 최선이었는가」를 기록만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결과 숫자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이 공백은 솔직히 답답했다. 몰랐던 것은 앞서 말한 두 가지, 골키퍼도 키커가 될 수 있다는 사실과 서든데스가 2022년 다섯 경기에서는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하나 더 적어 둔다. 월드컵 결승이 승부차기로 갈린 것은 1994년 브라질, 2006년 이탈리아, 2022년 아르헨티나 세 번이다. 세 번 모두 조문은 같았고, 달라진 것은 키커 열 명의 발끝뿐이었다. 그러니 규정을 안다고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있다.


다시 한다면 이렇게 손보겠다

다시 이 작업을 한다면 두 가지를 바꾸겠다. 첫째, 2022년 다섯 경기에서 그치지 않고 1982년부터 역대 전 경기를 같은 표로 정리하겠다. 다섯 경기만으로는 표본이 작아서 「서든데스가 드물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둘째, 조문 읽기를 마친 뒤 경기 영상을 보겠다. 이번에는 순서가 반대였는데, 영상의 감정이 기록 대조를 흐리게 만들었다. 숫자를 먼저 적어 두고 영상을 보면 내 기억이 어디서 틀리는지 훨씬 잘 보일 것이다.

영상을 다시 보고 싶은 독자라면 스포랭크에서 경기 하이라이트 모아 보기를 권한다. 조문과 기록을 먼저 확인하고 영상으로 넘어가면 같은 장면이 달라 보인다. 그리고 다음 대회를 어디서 볼지 고민하는 분은 스포랭크(SportsRank)의 스포츠 중계 플랫폼 안내에서 시청 방법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전체 대회 구조는 FIFA 월드컵 공식 대회 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길 바란다.

승부차기를 「운 싸움」이라고만 부르기 전에, 조문 한 줄과 기록표 한 장을 먼저 펼쳐 보시길 권합니다. 같은 장면이 조금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2006년 16개국이던 WBC 참가국, 2026년 20개국

월드컵 승부차기 37회, 성공률 68.42%가 말해 주는 것

2026 WBC 투구수 제한·콜드게임·승부치기 규정 총정리